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 제임스 설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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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시 | 2020-02-13 14:04:22.0 | 조회수 | 1874 |
작성자 | 이다연 | ||
분류 | 추천!도서! | ||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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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작가의 작가’ 제임스 설터의 문학적 유언 수전 손택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전작을 읽고 싶은 몇 안 되는 북미 작가 가운데 하나로, 출간 전인 책들을 안달하며 기다리게 된다.” 줌파 라히리는 그의 소설에 “부끄러울 정도로 큰 빚을 졌다”라고도 했다. ‘20세기 미국 문단에 한 획을 그은 소설가’ ‘작가들이 칭송하는 완벽한 스타일리스트’로 정평이 난 작가 제임스 설터에 대한 말들이다. 국내에는 『어젯밤』 『가벼운 나날』 『스포츠와 여가』 『올 댓 이즈』 『사냥꾼들』 『아메리칸 급행열차』등 6권의 소설과 여행기인 『그때 그곳에서』, 문학 강연을 엮은 『소설을 쓰고 싶다면』이 출간되었고, 이제 설터의 아홉 번째 책이 당도했다. 이 귀환이 뜻 깊은 까닭은 2015년 6월 아흔의 나이로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죽음으로써 그의 문학이 종언을 고한 것이 아니며 새로운 문학적 영토를 비로소 목도하리라는 예감 혹은 확신이 이 책의 발간을 둘러싼 이야기들에서 감지되었다는 점에 있다. 제임스 설터의 부인 케이 엘드리지 설터는 그가 죽고 난 뒤 어마어마한 양의 상자들을 발견했다. 생전 작가가 당장 사용하는 게 내키지 않는 구절이나 이름이나 사건을 훗날 집필할지 모를 작품에 써먹을 요량으로 쟁여두는 행동에 대해 “쌓아두면 안 돼(Don’t save anything)”라고 충고했었지만 정작 그가 실제로는 출판된 최종고뿐 아니라 메모와 초고까지 전부 다 꼼꼼히 모아두었던 것. 그의 부인은 상자들을 모두 꺼내 그 가운데 최고의 글들만을 추렸고 2017년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을 선보였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피플] [에스콰이어] [뉴요커] [파리 리뷰] 등에 쓴 기사와 인터뷰, 산문 등을 한데 모은 그의 문학적 연대기이자 인생의 정수라고 할 기록들이다. “청탁을 받고 썼든 본인이 쓰고 싶어 썼든, 그는 글 하나하나에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이는 비단 그의 개인적인 문학사와 인생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시절을 건너오며 채집한 섬세하고 단단한 시대의 기록으로도 손색이 없다.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은 오로지 기억이 나는 일들뿐이다”라는 작가의 육성대로 그가 기억한, 그리고 탐구한 이 세계, 이 사람, 이 장면 들은 그리하여 새롭게 각인된다. “우리는 모두 죽고 잊힐 것이다”라는 그의 선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곁에 남은 이 글들은 설터의 죽음에도 아랑곳없이 살아 있으며 쉬이 잊히지 않을 거라는 말처럼 여겨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