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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에 쓰는 글들 - 허수경
작성일시 2019-10-12 15:34:40.0 조회수 2094
작성자 이다연
분류 추천!도서!
첨부파일

시로 갈 시와 글로 갈 글, 그 태생과 성장과 말년을 엿볼 수 있는 시작 메모들. 1부는 시인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글들’이라는 폴더 안에 근 7년간 써내려간 시작 메모를 시기별로 담아낸 기록이다. 제각각의 폴더 이름 2011 작은 글, 2012 NOTE, 2013 글들, 2014 희망들, 2015 Schriften, 2016 SH, 2017 병상일기, 2018 가기 전에 쓰는 시들. 가급적 시인의 시작 메모에 편집 교정이라는 손을 크게 타지 않게 했다.

2부는 시인이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문학과지성사, 2016년 9월 28일)를 출간한 이후 타계하기 전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시의 모음이다. 3부는 시인이 제 시에 부친 작품론과 시론, 이 두 편으로 채웠다. 2부와 3부에 걸쳐 발표된 작품들의 수록 지면은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 그 출처를 밝혀두었다. 그 밖에 연재를 하거나 발표를 한 다각도의 산문들은 유고 산문집 형태의 새 책으로 2020년 6월 9일 시인의 생일에 선보일 예정이다.

내 마음을 오늘 들은 이는 당신뿐이었다. 당신의 외투가 낡아서 밖에서 내리는 눈은 모서리를 잃었다. 나는 어찌 여기에 들렀느냐고 물었다. 당신이 더운 김이 뿜어져나오는 주전자를 들어올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아, 나는 내 마음속 솥의 달걀찜이 바야흐로 서러운 노란빛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걸 당신에게 먹이려고 나는 당신의 외투를 서둘러 접었다. 아, 먹먹한 눈의 숨 같은 빛이 내 어깨를 당신 어깨에 기대게 했다. 좋았다. 좋았다는 말을 그렇게 기댄다, 라는 말로 고쳐 말할 수밖에 없었다. 눈의 숨 같은 시간이 우리의 잠 속에서 쉬었다. 우린 육체가 좋은 정신이었다.
--- 「2011년 12월 25일」중에서

잘…… 잘 자, 라는 말을 잘 가, 라는 말로 나는 착각하지 않았을까. 어떤 사랑이 살 때 할 수 없었던 말을 이제야 한다. 잘, 이라는 말을 밤하늘의 별로 숨겨놓고 싶다. 그렇게 으스러지게 안아서 사라진 너는 내 손톱 속 정어리의 비늘 같은 초승달로 숨어 있다. 잘, 자 혹은 잘, 가.
--- 「2014년 4월 3일」중에서

어느 선배와의 대화: 이곳에 와서 공항에서 내려 기차역에 들어서면 나오는 안내방송. 차분한 목소리.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그래서 편하다고. 선배, 나는 그 말을 다 알아듣잖아요. 저는 어떨까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은 말일까? 아니면 소음일까?
--- 「2016년 6월 2일」중에서

간절한 한 사람의 시간을 붙들고 있는 것, 그 시간을 공감하는 것, 그것이 시를 쓰는 마음이라는 생각을 나는 하곤 한다. 사람의 시간뿐만이 아닐 것이다. 어린 수국 한 그루를 마당에 심어놓고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는 일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기 새들이 종일 지저귀던, 늙은 전나무에 있는 새집을 바라보던 시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간절한 어느 순간이 가지는 사랑을 향한 강렬한 힘. 그것이 시를 쓰는 시간일 것이다. 시를 쓰는 순간 그 자체가 가진 힘이 시인을 시인으로 살아가게 할 것이다.
--- 「2017년 11월 12일」중에서

창으로 바깥을 바라보니 삼월의 눈이 내리고 있었다. 베란다 창틀에 작은 귤이 하나 놓여 있는 것을 나는 보았다. 병원으로 가기 전 무슨 생각인지 귤 한 개를 베란다 창틀 위에 올려둔 모양이었다. 언 귤을 먹으리라는 마음이었을까? 나는 창문을 열고 귤을 손으로 집어들었다. 귤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귤 향이 은은하게 나고 있었다. 얼지도 않았는지 귤은 상하지 않고 여전히 싱싱했다.

나는 귤을 쪼갰다.
귤 향!
세계의 모든 향기를 이 작은 몸안에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살아오면서 맡았던 모든 향기가 밀려왔다.
아름다운, 따뜻한, 비린, 차가운, 쓴, 찬, 그리고,
그리고, 그 모든 향기.
아,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가기 전에 나는
써야 하는 시들이 몇 편 있었던 것이다.

민정이 보내준 난다 노트 한 권을 꺼내들고
나는 쓰기 시작했다.
몇 편의 시가 나에게 남아 있는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가기 전에 쓸 시가 있다면 쓸 수 있을 것이다.
내일, 내일 가더라도.

그리고 가야겠다. 나에게 그 많은 것을 준 세계로.
그리고, 그리고, 당신들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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