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의 산문집. 오래전에 절판된 후 애서가들이 헌책방을 찾아헤매게 한 김훈의 전설적인 산문 <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바다의 기별>에서 기억할 만한 최고의 산문들만을 가려 뽑고, 그후 새로 쓴 원고 400매가량을 합쳐 묶어냈다.
표제글이 된 '라면을 끓이며'는 식사와 사교를 겸한 번듯한 자리에서 밥 먹는 사람들이 아닌, 거리 위에서 견디다가 허름한 분식집에서 홀로 창밖을 내다보면서, 혹은 모르는 사람과 마주앉아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있건 없건 간에 누구나 먹어야 하고, 한 번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때가 되면 또다시, 기어이 먹어야 하므로"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가는' 이들에게 라면은 뻔하고도 애잔한 음식이다.
김훈은 '손1'에서 "나는 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할 터인데 손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 한다"라고 썼다. 이 책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드는 안쓰러운 손으로 현실 속의 무수한 관계들 사이를 겨우 추스르며 살아내는 그와, 홀로 집필실에서 연필 쥔 손에 힘을 준 채 글을 써내려가는 그가 느껍게 만나는 자리이다.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밥벌이의 지겨움' 등 길이 남을 김훈의 명문장들을 읽어내는 기쁨과 함께,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시대에 진영 논리에 휩싸여 악다구니를 벌이는 권력자들에게 그가 '슬프고 기막혀서' 써내려간 문장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울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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