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끓는 찌개에 호박이 들어가지 않으면 무슨 맛으로 찌개를 먹을까? 그런데 어디 찌개뿐이랴? 국수 요리에 꼭 들어가는 꾸미개 재료부터, 새우젓으로 조리는 호박조림, 부침까지 호박은 우리 밥상에서 참으로 맛깔스런 반찬 재료다. 그뿐이랴, 호박잎을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양념한 젓갈국물을 약간 얹어서 쌈으로 먹으면 입맛을 돋우어주는 찬이 된다. "뒤로 호박씨 깐다"는 속어처럼 군것질의 호박씨도 빼놓을 수 없는 호박의 쓰임새다.
필자는 맛있는 호박을 먹을 때마다 그런 호박을 만들어주는 꽃을 왜 추함의 상징처럼 쓰게 되었을까 간혹 의문을 갖곤 한다. 그런데 호박꽃을 꼼꼼히 보면 그렇게 추한 꽃은 결코 아니다. 물론 예쁜 편도 아니지만 큼직하니 수더분하고 소박한 것이 어린 자식들을 위해 맛난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우리의 푸근한 어머니 같기도 하고, 또 인심 좋은 시골 식당 아낙네의 풍격을 닮기도 한 꽃이다.
그런 인심 좋은 호박은 참으로 우리에게 다양한 먹을거리를 제공해준다. 각종 찌개용의 재료로 쓰이는 애호박에서부터, 늙혀서 건강식으로 먹는 늙은호박, 밤보다 맛있는 군것질용의 단호박, 약으로 먹는다는 빨간호박 등이 있고 특이하게는 엿의 재료로 쓰이는 울릉도호박이 있다.
호박은 맛도 맛이지만 건강식품의 가치도 뛰어난데, 그 가운데 제일로 꼽는 것은 산모의 부기를 빼는 효능이다. 말하자면 이뇨 작용이 뛰어나다. 특히 호박씨의 지방은 매우 우수한 불포화지방산으로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노화를 방지하며 간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호박의 원산지는 남미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것은 통일신라시대부터라는 설도 있지만 대개 임진왜란 이후로 보는 설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