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 같고, 나만 빼고 모든 사람이 즐거워 보여 가만히 있어도 화가 납니다."
용인에 사는 오모(29)씨는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컴퓨터만 한다. 인터넷이 유일한 사회생활이다
. 오씨는 주활동 무대인 D포털 사이트에서 최상위 계급(활동 경력과 이용시간에 따른 등급) 사용자이자, 가장 거친 글과 댓글을 쓰는 회원으로 통한다.
오씨는 늘 세상을 비관하는 염세적인 글을 올리고 고정팬(?)까지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인터넷상에서 오씨에게 말을 걸지는 못한다. 오씨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시비가 붙으면, 몇날 며칠 욕설과 비난성 글들을 올리고 끝장(?)을 보기 때문이다.
오씨의 행동은 마치 사춘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과 같다. 오씨는 '29살 병'을 앓고 있다. 신조어인 '29살 병'은 취업 경쟁과 잇따른 실패에 따른 불안감이 사춘기 때처럼 무조건적인 분노로 표출되는 심리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씨는 "매번 공무원시험에 낙방한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붙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사실에 미치겠다"며 "어느곳(인터넷)에든 폭발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한다.
오씨의 어머니 역시 "(아들이) 말만 시키면 화를 내는 통에 무서울 정도다"며 "사춘기 때보다 오히려 심한 것 같아 두려울 정도다"고 말했다.
성남에 거주하는 이모(29)씨도 '29살 병'을 앓고 있다.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한뒤 언론사에 취직하고 싶었지만 3년째 백수생활 중이다. 지난해에는 2년 가까이 교제해오던 여자친구가 "미래가 없어 보인다"며 이씨를 떠났다.
이후 이씨는 인터넷상에서 여성들이 올린 글마다 찾아다니며 '김치녀(한국여성을 속되게 부르는 신조어)는 조건만 따진다'는 댓글과 욕설을 섞은 글들을 올리는 등 여성혐오론자로 활동(?)하고 있다.
30대로 넘어가기 직전의 20대 후반 청년들은 취업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불안한 미래와 좌절감, 극도의 불안감이 반사회적 성향으로 표출되는 '29살 병'으로 나타나고 있다.
'29살 병'을 앓고 있는 청년들은 사춘기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전반에 걸쳐 비난과 폭력성을 나타내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극도의 불안과 경쟁에 내몰린 20대 청년들에게 불특정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사춘기성 증상들이 나타나곤 한다"며 "이들에게는 '할 수 있다',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메시지를 주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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